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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업 일기 #06. 억울한 일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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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한 지 올해로 2년 째인 나는 현재 주말 알바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비건인 나는 비거니즘에 위배되지 않으면서도 급여가 제법 빠르게 지급되는 알바를 구해서 월 80만 원 정도 벌고 딱 버는 만큼만 소비한다. 일이 없는 평일이면 카페에 기어나가 머릿속에 책 속 글자들을 꾸역꾸역 넣어가며 (전공에서 벗어났지만 다시 경제적 기반을 다져 전공으로 돌아오기 위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알바의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고 일주일에 겨우 2-3일이니 이 정도면 할만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치 내가 서있는 곳이 지옥같이 느껴질 정도로 힘든 날도 있고 뭐, 그렇다. 육체적 버거움 보다는 정신적 에너지 소모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알바비와 맞바꾼 오늘 하루에 대한 기회비용이 주말 아침부터 기분을 짓누른다.

 

사회생활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딪히다 보면 꼭 크고 작은 억울한 일이 생긴다. 오해받는 일도 허다하다. 회사생활에서는 말할 것도 없겠고 근로시간이 비교적 적은 주말 알바라고 해도 예외는 없다. 초반에는 별 문제없다고 여겼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피부에 와 닿고 있다. 매일매일 출근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서서히 드러났을 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관점대로 타인을 파악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상반되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혼란스럽고 슬플 때도 있다. 나와 가장 오래 산 사람이 바로 난데, 내가 봐온 내 모습이 진짜 나에 더 가깝지 않겠는가. 잘 해놓고도(행위) 애먼 욕을 먹으면 내가 어디 문제 있는 건 아닌지(존재), 의심의 불꽃이 엉뚱한 곳으로 튀곤 한다. 이때가 가장 위험한 것 같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억울한 일은 언제나 있었다. 우리는 평생 억울함의 터널 속을 묵묵히 걸어왔다. 미세먼지를 마신다든지, 잘못 만든 물건을 사서 고생한다든지, 거짓 소문에 휩싸인다든지 하는 '비교적' 작은 예부터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누군가로 인해 도로 위에서, 혹은 길을 걷고 있었을 뿐인데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고를 당하고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다. 모두 피해 입은 사람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는 경우이다. 억울한 일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도, 유독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그냥 늘 우리 주위에 늘 있어왔던 것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는 문제도, 아예 크게 터져 나와서 당장에 해결이 요구되는 문제도 있고 종류가 다를 뿐이다. 조심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오늘 하루 무탈했다는 데에 감사할 밖에는.

 

연예인을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억울한 일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고 왜 저렇게까지 할까 하고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비슷한 일을 겪어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된다(이래서 직접경험이 중요하다). 중요한 건 사안이 얼마나 심각하든 목숨만큼은 절대로 버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목숨은 버려도 잘못한 사람이 버려야 하는 것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면 꿋꿋이 살아남아서 잔인한 시간들을 버텨내야 한다. 내 남은 삶이 진실의 증인이기 때문에. 어려운 시간은 반드시 지나간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잊고 자기 일 외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다 그때 뿐이다.

 

 

 

보다 의연해질 필요가 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일을 겪을 뿐이다. 무던히 인내하고 툭툭 털어낼줄도, 때로는 용기있게 떨치고 나올 줄도 알아야한다. 그것 말고도 다른 길이 얼마든지 있다. 나를 믿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것도 방법이다. 내 인생의 중심을 다시 나에게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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