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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노동자가 에비앙을 마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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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출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에비앙 한 병을 샀다. 처음부터 에비앙을 집어 든 것은 아니었다. 평상시에 무난하게 즐겨 마시는 (심지어 카카오프렌즈 썸머패키지로 출시된) 삼다수를 꺼내 들었다가 잠깐의 고민을 거쳐 에비앙으로 바꿔 든 것이다. 가격은 거의 두배 차이가 난다. 에비앙이 특히 맛이 좋은 생수여서는 아니다. 생수 맛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에비앙 맛은 알아낼 수 있을 만큼 바위맛 내지는 광물맛(?)이 난다. 그럼에도 내가 에비앙을 고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오 년 전에 다녀온 프랑스 여행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나는 프랑코필francophile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 많은 애정을 품고 있는데 여러 사정상 여행을 못 가고 있으니 파리 자판기에서 뽑아먹던 에비앙이라도 마시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다름 아닌 내 '사주' 때문이다. 재작년쯤에 유명한 곳에서 사주를 봤는데 내가 물을 귀하게 쓰는 사주라서 물을 자주 마시되 아무 거나 마시지 말고 기왕이면 비싼 물을 마시라는 조언을 들었다. 사주를 믿고 안 믿고를 떠나 나 자신에게 의식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가고있다는 용기를 주려는 것. 사실 따지고 보면 매년 제사를 지내는 행위도 조상신의 존재 여부를 믿고 의지하기 때문이라기보단 살아있는 후손들이 오랜만에 모여 안락하고 평안한 생활을 기원하는 데 의미가 있듯이 사주풀이에 대한 믿음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몇 백 원 더 준다고 해서 재정적으로 크게 문제되는 것도 아니고 화장품이나 옷도 잘 안 사 입는 내가 무의식을 다지기 위해 이 정도 사치는 부려도 될 것 같았다. 오늘 카페 인기글을 뒤적이다가 성공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혼잣말을 많이 한다는 특징이 있다는 글을 보았다. 그만큼 자기 암시가 큰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였다. 뭐라도 꾸준히 하다보면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 말마따나 언젠가 광명이 찾아오겠지. 올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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