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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졸업 후 알바만 전전하는 예술 전공자의 고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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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우울한 것일까."

-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저 그 자신일 뿐만 아니라 일회적이고, 아주 특별하고, 어떤 경우에도 중요하며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세계의 여러 현상이 그곳에서 오직 한 번 서로 교차되며, 다시 반복되는 일은 없는 하나의 점인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하고, 영원하고, 신성한 것이다.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은, 어떻든 살아가면서 자연의 뜻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이로우며 충분히 주목할 만한 존재이다. 누구 속에서든 정신은 형상이 되고, 누구 속에서든 피조물이 괴로워하고 있으며, 누구 속에서든 한 구세주가 십자가에 매달리고 있다.

- 헤르만 헤세, 『데미안』 中

 

△ 나의 에고그램 유형

 

 

좀처럼 우울감에 빠지지 않는 '재미있는 인생의 견본과 같은 타입'과 같은 나도 종종 우울감을 느낄 때가 있다. 특히 생리 전이 그러한데 생리가 다 끝났음에도 울적한 느낌이 가시지 않아 이상하다고 여기던 중이었다. 이 감정이 늘 그렇듯 오래가지는 않겠지만 한시라도 빨리 털고 일어나야겠기에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해보았다.

 

 

첫 번째 의심, 탄수화물 부족

 

ⓒtwitter

 

모든 사랑과 배려와 관용은 탄수화물 섭취량에서 비롯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날이 더워지고부터 쭉 면요리에 심취해있느라 고품질 탄수화물 섭취에 소홀했던 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었을까. 거기다 요 며칠 프라푸치노를 하루에 한 번씩 마셨다(시럽에 포함된 당 섭취로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면서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걸지도.)

 

 

두 번째 의심, 독서 부족

 

ⓒpinterest

 

근 한달 동안 독서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툭하면 뭐 좀 확인하겠다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가볍고 소모적인 글만 읽어댔다. 깊이 있는 작품에 몰입한 시간이 매우 짧거나 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세 번째 의심, 수면 부족

 

정확히 말하면 수면 '부족'이라기보단 '불규칙'이 문제였을 것이다. 매일 자는 시간, 깨는 시간이 달라졌고 밤늦게 무언갈 먹어서 깊은 수면에 방해를 받았다.

 

 

네 번째 의심, 움직임 부족

 

책상에 앉아 뭔갈 하나라도 더 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충분한 산책 시간을 갖지 못했다. 이번 달 들어서 하루에 1만 보도 걷지 못하는 날들이 늘어가고 있다. 풀리지 않는 고민의 양이 늘어나면서 웅크리고 앉아만 있는 시간도 함께 늘어난 것 같다.

 

 

다섯 번째 의심, 진로 고민

 

일일 알바를 뛰면서 계속적으로 현(실자각)타(임)를 느끼고 있다. '취업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니 '내가 취업을 원하는가, 원하지 않는가?'를 두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나는 어려서부터 한결같이 장래희망이 뚜렷한 학생이었는데 엉뚱하게도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진 것이다.

 

나는 엄밀히 말하면 취준생은 아니다. (편의상 그렇게 소개할 뿐) 지금껏 취업을 염원하거나 준비해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 재학 시절 내내 작업에 몰두했고 졸업할 때쯤 작가가 되어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응모작이 연속적으로 엎어지면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이었는지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해야만 했다. 정말 원하는 일이라면 이렇게 노력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이정도 노력으로 만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답을 찾았다 싶다가도 아니다 싶어 내려놓고 다시 물색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 내 주관에 의지하기보다는 외부 시선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십 대의 마지막 1년을 알바와 진로 고민으로 날려 보내도 되는 건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아마 내 우울감의 원인은 어느 하나가 아닌 복합적인 이유일 것이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하나씩 시도하려 한다. 유기농 현미로 지은 밥에 생채소를 곁들여 끼니를 때우고, 알바 출퇴근길에 고전을 한 단락이라도 읽기 위해 먼지 덮인 이북 리더기를 꺼내 충전해두었으며, 밤늦게 아무리 가벼운 간식이라도 먹지 않기로 했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는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오르내릴 것이며, 잠들기 전에 요가 매트에서 몸을 푸는 시간을 늘릴 것이다. 스마트폰을 멀리하기 위한 방법도 모색 중이다.

 

지금 당장 먼 미래로 날아가서 이 모든 고민들이 피가 되고 살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싶다. 이렇게 고민 덩어리로 산 시간도 그리워질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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