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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비둘기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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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멍하니 있는 듯한 비둘기


주말에 혼자 마라탕집에 가서 마라샹궈를 너무 맛있게 먹고 나오는 길에 머리가 없는 비둘기를 발견하고 흐억하고 숨넘어갈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자세히 보니 머리가 달려있었다. 단지 목이 짧았던 것이다. 몇 년 전에 목이 180도 뒤로 꺾인 비둘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트라우마가 착시를 일으킨 것 같다.

속으로 '휴 머리 있구나 다행이다'하고 가려는데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도 쪽을 바라보고 있는 비둘기의 초연한 자태에 문득 호기심이 들었다.

비둘기가 무슨 사연으로 그러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도시의 비둘기들을 볼 때마다 쉽사리 마음이 복잡해지곤 한다. 도시의 비둘기는 언제부턴가 유해하고 혐오스러운 존재가 당연하다는 듯 취급받고 있다.

사람들은 비둘기가 떼지어 다니며 가까이서 푸드덕거리기라도 하면 비명을 지르며 더럽다는 듯 몸을 턴다. 쌍욕을 하는 사람도 여럿 봤다. 나도 비둘기가 머리 위로 날거나 하면 뭐가 떨어진다기에 머리와 어깨를 가볍게 털긴 한다.

그럼에도 대체 비둘기가 무슨 죄인가 싶다. 비둘기가 몸에 기생충을 달고 살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인간들인데. 평화의 상징이라고 추켜세울 때는 언제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둘기는 마녀사냥을 당하는 것 같다.

이렇게 비둘기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품었다가도 뒤돌아서면 잊고마는 나 역시 비둘기의 일생에 하나 도움이 안되기는 마찬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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