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9세, 취업 포기(?)했습니다
퇴사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재직 중에 우연히 시작한 가상화폐 투자로 실업급여 없이도 퇴사할 수 있게 됐지만 5, 6월 추세 하락장으로 수익의 겨우 절반 정도만 건질 수 있었다. 여기에 퇴직금+주식+재직 중에 받아둔 비상금대출까지 해서 올해 말까지는 어떻게든 수입없이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코로나 상황이 더 나아지기는 커녕 악화되기만 해서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일부 혹은 전체를 공백기+노잼시기로 보내고 있을 것 같다.
예전에 뉴스에서 '취업 포기'라는 표현이 나오면 어떻게 취업을 포기한다는 건지, 생계 유지는 어떻게 한다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지금의 내가 바로 그 취업 포기 상태인 것 같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취업하고 싶지가 않다. 취직하고 싶은 기업도 없고 취업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전직장을 통해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 무한한 가능성의 시기를 떼어주고 약간의 금전적 보상을 받는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에 다닌 직장은 급여는 적지만 집에서 가깝고 워라밸이 있는 무려 사회적기업이었다. 하지만 그런 회사에서조차 나이든 직장 상사들이 "가족같은 회사"라는 명목하에 젊은 직원의 충성과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을 보고 (단순히 그 분들의 문제라기 보단) 이것이 어쩔 수 없는 회사라는 집단의 숙명이라고 느꼈다. 내가 가진 능력과 커리어를 회사를 통해 키워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려면 피나는 노력을 들여 경쟁력 있는 회사에 입사해야 하고, 그렇게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데 성공하더라도 회사의 부품으로 평생 회사를 위해 몸바쳐 일해야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어느 회사도 나의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식으로든 회사를 잃으면 나는 어느 날 공장에서 떨어져나온 부품처럼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린다. 회사를 다니든 안 다니든 회사없는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 왔다. 나는 내가 남들보다 유독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채 미래를 준비할 뿐이다.
나는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보다는 그냥 나 자신이 되어 나답게 살고 싶다. 30대부터는 온전히 내 행복을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 그리고 어떻게 그런 삶이 가능할지, 취업과는 하등 상관없는 책만 주구장창 읽으면서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있다. 과연 취업을 포기하고도 인생은 계속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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