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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사주 보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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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고수들은 항상 눈에 잘 띄는 곳이 아닌 어느 정도 후미진(?) 데 있다.

 

재미로라도 길에서 사주를 보면 안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 미신적인 건 아니고 아주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홍대 인근에는 사주카페가 많아서 홍대에서 친구들과 만나면 일종의 코스처럼 쇼핑하고 맛집가고 사주카페에서 재미삼아 타로카드도 보고 별 생각없이 사주를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내가 직접 사주를 공부하고 보니 이런 번화가에는 제대로 보는 집이 거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대로변에 있는 사주집은 거의 다 장삿집이어서 정말 100프로 재미로 볼 게 아니라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내가 경험한 최악의 사주카페


최근에 연남동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동생이 사주를 보고싶다해서 보러간 적이 있다. 딱 봐도 자리세 비싸보이는 경의선 숲길에 위치한 상가 1층이었다. 밖에서도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구조로 여성 두 명이 파티션을 사이에 두고 각자 노트북을 펴놓고 한 명씩 사주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나는 취미로 틈틈이 사주 공부를 하던 중이었기에 어떻게 봐줄지 호기심이 들었다. 앞서 사주를 보던 사람들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먼저 비는 자리로 가서 앉았다.

 

복채를 안내해주시는데 1년 운세가 3만원, 전체 운세는 5만원이었다. 원래 사주상담료가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15~20분 하는 상담 시간에 비해 확실히 비싼 편이었다. 자리세 때문인 것 같았다. 동생은 고민고민하다 1년 운세를 보기로 했다. 저에게도 보겠느냐고 물어보셨는데 '통변'해주시는 거 들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일부러 명리학 전문용어(?)를 썼다. 그러자 통변가는 통변하는 내내 내 눈치를 살폈다(동생도 똑같이 느꼈다!). 내 딴에는 어디 한번 잘 해보시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인데 나름 먹힌 것이다.

 

그러나 통변은 생각보다 엉망이었다. 3만원씩이나 받았으면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해줘야할텐데 뭐 다 안 된단다고만 한다. 올해 사업을 시작한 동생에게 이거 안 되고 저거 안 되고, 무슨 월이 안좋고 시종일관 부정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안되시구요' 라는 말을 몇 번 들었는지 세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사주에서 읽어내서 맞추는 건 하나도 없었다. 물론 통변을 하기 위해서는 인적사항에 대한 질문을 아예 안 할 수 없다. 사주는 신점과 다르다. '어디한번 나에 대해 맞춰보세요'하는 식의 시험하는 태도를 취하기보다는 통변가의 질문에 정직하게 대답하는 편이 얻어갈 것이 많다. 하지만 통변가가 질문이 너무 많은 것도 분명 문제가 있다. 그 분은 사주에 나와 있을만한 것도 다 질문을 했다. 동생은 통변가가 무안하지 않게 묻는대로 다 대답해줬지만 마음은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내가 사주를 공부해둔 게 있었기에 왜 이런 해석이 나왔는지 일일이 설명을 해줘가며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사주를 잘 본다는 것: 사주가 안 좋을 때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설령 올해 운이 안 좋더라도 이런 식으로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하는 식의 통변은 잘못됐다. 그런 말은 맞건 틀리건 간에 너무나 게으른 해석임에 분명하다. 어느 사주든지 병이 있으면 약도 있기 마련이다. 설령 나쁜 운이 있더라도 사람의 운명은 계절이 순환하는 것과 같아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나쁘다는 식의 기한이 있다. 그 기간을 잘 버티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운 나쁜 사람은 돈 내고 저주 받으러 간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저주는 통변가의 역할이 아니다. 통변가는 상담을 통해 내담자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당연히 통변가는 상황별 맞춤 해결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사주 잘 보는 곳 고르는 팁


사주를 보고 싶으면 길거리에서 충동적으로 보기보다는 기왕이면 발품 팔아서 조금이라도 잘본다는 '입소문'을 타는 분에게 보는 걸 추천한다. 요즘 인터넷 상에 후기를 가장한 광고가 많아서 여러 플랫폼에서 꼼꼼하게 찾아보고 골라야 한다. 내 가까운 주변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곳들이 어디가 있는지부터 알아보자.

 

그리고 가능하면 한 군데에서만 보지 말고 여러 사람에게 보길 권한다. 사주를 많이 보다보면 어느정도 공통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데 바로 그 부분에 대해서만 참고하면 된다. 왜냐하면 사주 통변에는 통변가의 주관적인 해석이 반드시 들어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변가는 어느정도 학식이 있고 시대 흐름을 잘 읽을 수록 알아듣기 쉽게 통변을 잘 한다. 어리고 사주 본 경험이 없을수록 이런 분을 찾아가야 한다. 오랜 옛날에 세워진 학문을 현대적 해석 없이 날 것으로 제시하는 것은 통변가가 공부를 게을리 한 것이다. 진로 적성 상담에서 직업 추천의 폭도 넓고 다양한 것은 물론 간단한 비유 하나를 들어도 와닿는 정도가 다르다.

 

사주도 잘 봐주시는 분께 보면 정말 피가되고 살이 되는 얘기, 어려운 시기에 힘이 되는 조언을 얻을 수 있다. 내 운명에 대한 귀중한 조언을 아무데나 들어가서 묻지 말고 아주 약간만 발품을 팔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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