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디지털 디톡스] 스마트폰을 놔두고 굳이 드레텍 스탑워치를 샀다

본문

반응형

폰을 잠금해제하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동시에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내가 지금 뭐 할라 그랬지?'

분명 뭔가 중요하고 긴박한 일이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 나지 않는다. 이런 증상을 '디지털 치매'라고 한다(치매라니... 다시보니 꽤나 살벌한 표현이다). 폰을 워낙 자주 보다 보니 하루에 한번 정도는 꼭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고 있다. 뇌세포가 죽는다기에 가능한 떠올리려고 노력해서 떠오르면 다행이고, 도무지 기억나지 않을 때는 '중요한 일이면 나중에 생각나겠지' 하고 넘기곤 했다.

공부하던 중에 아주 잠깐만 폰을 봐도 주의가 흩어지는 것을 느낀다. 알림이 떠 있으면 잠깐 들어가서 보게 되고, 흥미로운 기사가 있으면 궁금해서 훑어보게 되고, 이것저것 본 김에 주식이랑 가상화폐 잔고까지 확인하고 돌아오면 바로 직전까지 하고 있던 일이 일시적으로 낯설게 느껴지기까지 한다(='맞다, 나 이거 하던 중이었지..!').

공부하다 보면 필히 시간을 체크할 일이 생긴다. 폰 안에는 초 단위까지 정확한 현재 시간, 스탑워치, 카운트다운 등 훌륭한 기능이 모두 들어있지만 문제는 만만찮은 유혹거리도 함께 제공된다는 점이다.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적들이 폰 안에 다 들어있다.

폰을 보면 집중력이 떨어지는 걸 알고 나서 따로 스탑워치를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새 물건을 사기가 내키지 않았고, 내 의지가 그렇게까지 약한 건 아닌 것 같아 내버려뒀었다. 그러나 역시, 의지는 믿을만한 게 못 되었다. 의지를 믿을 게 아니라 환경 조건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조언에는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있다. 도저히 안 하고는 못 배기는 강력한 조건을 만들어놔야 비로소 움직인다.






드레텍은 생김새부터 아주 흥미롭다. 예능에서 게임할 때 쓰는 정답 버튼 같기도 하고, 실제로 사용법도 상당히 직관적이다. 동그랗고 볼록한 버튼을 딸깍 누르면 시간이 카운트된다. 드레텍을 쓰고부터 공부 중에 폰을 볼 일을 줄어들었고, 집중력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드레텍만 있으면 책 읽는 동안 폰을 끄고 눈 앞에서 치워버릴 수 있다.

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기능을 하나씩 아날로그 세계로 꺼내오고 있다. 절대 디지털에 양보할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책이다. 종이책으로 읽은 것들이 기억에 훨씬 오래 남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일상을 전부 디지털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적절히 공존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