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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 쉽게 쓰는 법: 폰으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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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기를 전공했다. 전공자면 글 쓰기가 쉬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전공자나 비전공자나 글쓰기는 똑같이 어렵다.
글쓰기는 마치 평생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 동물을 훈련하는 일 같다.
커서가 깜박이는 하얀 바탕화면 앞에 앉을 생각만 하면 무조건 다른 일부터 하고 싶어진다.

학부시절에 과제는 대부분 노트북으로 처리했는데 17인치 노트북 화면은 채워야할 면적이 너무 넓고 폰트라든지 정렬이라든지 거슬리는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괜히 이것저것 만지고 바꾸고 하면서 밍기적 밍기적 글을 썼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세상 돌아가는 일도 까맣게 잊고 신나게 써내려가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마음의 준비가 너무 오래 걸리는 게 문제였다. 너무 잘하고 싶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완벽주의 성격이 걸림돌이었다.

어릴 때는 완벽주의가 마냥 좋은 건줄 알았다. 자기가 완벽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은 우쭐댄다고 생각했다.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은 기준이 높고 '프로'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크면서 보니까 지나친 완벽주의의 종착역은 결과물 없는 삶이었다. 완벽은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일상 루틴으로 들여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매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폰으로 글쓰기'이다.
언제부턴가 글은 컴퓨터가 없으면 못 쓰는 게ㅜㅏㅏ 되었다. 도구를 바꿔서 폰으로 글을 써보니 글을 쓰고 있다는 감각 자체가 덜하다. 평소 폰으로는 쓰는 글이라고는 메시지 뿐이고, 보통 메시지 쓸 때 글을 쓴다고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
(블로그 잘 하는 사람은 기자님들처럼 폰으로 실시간 포스팅 하더라).

화면을 두드리며 쓰는 것도 좋지만 오래 쓰려면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는 것이 좋다. 나는 블루투스 키보드계의 스테디셀러인 로지텍 K380을 사용하고 있다. 블루투스 페어링이 간편하고, 건전지가 아주 오래가는데다, 작고 가벼워서 휴대하기 좋다(키보드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작아지면 타이핑이 불편하다).



폰으로 글을 썼을 때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화면이 작아서 부담감이 덜 느껴진다.
2. 폰트, 정렬 등 부차적인 요소들에 신경을 덜 뺏긴다.
3. 폰으로 찍은 사진을 간단하게 첨부할 수 있다.
4.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다.
5.  모바일에 더 적합한 포스팅이 가능하다.



단점은 디테일한 수정이 어렵다는 거. 하지만 일단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 6일은 무조건 글을 쓰고, 나머지 1일에는 6일 동안 쓴 글을 PC로 한꺼번에 수정하는 식으로 일단 새로운 글을 '생산'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블로그 앱에 직접 써도 되고 구글 독스, 에버노트 등 문서 앱을 이용해도 된다.
'나 지금부터 글을 쓸 거야!'라는 비장한 마음가짐은 필요치 않다. 언제 어느 때나 친구에게 카톡으로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듯이 글을 쓰면 된다. 카톡 쓸 때는 맞춤법 등 형식적인 것보다는 속도나 내용자체가 훨씬 중요하다. 손가락으로 휙휙 넘기면서 읽기 때문에 읽는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쓰면 된다.

왜 글을 꼭 노트북으로 쓰려고 했을까? 그게 글을 쓰기위해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4년 내내 굳어진 의식같은 건지도 모른다. 폰은 글쓰기와는 거리가 먼 딴짓하는 용도 같고. 조금만 생각을 전환해보면 폰은 내 손안의 작은 PC일 뿐이고 얼마든지 활용하기 나름이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과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
나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될 것인가. 남이 생산한 정보를 졸졸 쫓아다니며 소비만 하고 살 것인가 아니면 내가 생산한 정보로 수많은 사람들을 움직일 것인가.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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