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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반전 거울 리뷰] 남이 보는 내 얼굴 확인하는 법(feat.안면비대칭)

생활정보

by 인간케일 2019.09.2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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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면비대칭이 꽤 심한 편이다. 치아 교정하다가 수술을 앞두고 포기한 게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윗턱과 아래턱의 교합이 맞지 않는 상태에서 수술했을 때 턱이 맞물리도록 더 틀어지게 교정해놓았으니(교정을 그만두니 반쯤 원래대로 돌아오긴 했다) 하관 쪽이 다른 사람들보다 비대칭이 심한 편이라고 봐도 될 거 같다. 

원래 사람 얼굴은 평균적으로 20% 비대칭이라고 한다. 다들 자기 진짜 얼굴을 볼 일이 없으니 별생각 없이 살다가 증명사진 혹은 친구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 충격받아서, 혹은 거울로 봐왔던 내 모습과 다소 상반되는 외모평가를 들은 것을 계기로 안면비대칭에 관심을 갖게 된다. 별생각 없이 살다가~어떤 계기로 한동안 집착했다가~잊어버렸다가~또 꽂혀서 이것저것 해보다가~좌절, 낙담, 포기 이런 패턴이 반복된다. 필라테스나 경락, 혹은 성형으로 비대칭을 해소하는 방법도 있는데 시간이 많이 들거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거나, 돈이 많이 들거나 하는 점 때문에 간단치만은 않다.

나 역시 한때 안면비대칭에 꽂혀서 누가 봐도 히스테릭해 보일 만큼 두 개를 거울을 맞대 놓고 수시로 들여다보는 걸로도 모자라 아예 반전 거울을 장만하려고도 했었다. 근데 인터넷을 뒤져봐도 일본산 제품 한 종류뿐이었고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쌌다. 그래서 스마트폰 어플 중에 남이 보는 내 얼굴 어플까지 깔아가며 꾸역꾸역 실체적 진실과 대면해가며 우울감에 빠져들곤 했다.

 

 

 

(이 어플은 기능 자체는 좋은데 리뷰 팝업요청이나 광고가 계속 떠서 불편하다. 또 카메라 어플인 만큼 거울처럼 활용도가 높지 않아 돈을 주고 결제하기도 애매...)

다운로드가 100만 이상인 것만 봐도 자기 얼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 같다. 내 진짜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사람은 평생 자기 얼굴을 못 보고 죽는다고 한다. 

아이폰 '후면'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에서 보이는 모습이 진짜 내 모습에 가깝다는 괴담도 있다.

 

 

그러나 카메라로 찍은 피사체에는 어느 정도 왜곡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렌즈 초점 거리에 따라 얼굴이 이렇게나 달라지는데 당연히 카메라로 찍은 사진보다는 거울 속 내 모습이 육안으로 보는 얼굴에 가깝지 않겠느냐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그리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진보다는 거울 속 모습이 진짜 자신의 모습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주지하다시피 거울에도 왜곡은 있다. 유독 날씬해보이는 거울, 뚱뚱해 보이는 거울이 있고 빛의 세기와 각도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옷가게 거울의 비밀.jpg

 

명암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스카이캐슬 오프닝 장면

 

조명의 중요성

 

그래요... 진짜 내 얼굴은 사람들의 마음 속 어딘가에 존재하겠네요.... (점점 멀어져간다)

 

그렇게 내 얼굴에 대해 잊고 살아가던 어느 날 쿠팡에서 생필품을 주문하려다가 인기상품인지 뭔지 랭크에서 반전 거울을 발견하고 말았다. 평소 화장도 오지게 못하고 눈썹도 맨날 짝짝이로 그리는 나였기에 '이거 괜히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건 아닌가?' 하는 고민도 잠시 어쩌면 거울 하나가 큰 변화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가격은 46,950원. 거울치고 비싸긴 하지만 중고거래가 활발히 되고 있고 쓰다가 마음에 안 들면 그때 가서 팔면 되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샀다. 수십 가지 화장품보다 제대로 된 거울 하나가 확실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이 제품을 만든 회사가 (주)오아시스랩스라는 정밀광학제조 스타트업인데 카이스트 출신들이 만든 회사인 듯하다. 카이스트임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대전에서 출발한 택배. 이때까지만 해도 뭐 대단한 게 오려나 싶었다.

 

 

마침내 택배 도착! 종이 거울이라서 가벼울줄 알았는데 상자가 생각보다 무게감이 있어서 놀랐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순간...

 

 

고양이가 나타났다 두둥

 

 

짠! 이런 거울이다. 종이로 둘러 싸여있고 각도가 비스듬히 뉘어진 형태

 

 

내 사랑 엽기토끼를 모델로 세웠다. 거울 속 모습은 반전돼있는 상태로 귀가 기울어진 방향이 반대이다.

 

 

자세히 보면 거울 중앙에 경계선이 있다. 거울 볼 때 저게 신경쓰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눈에 띄지 않는다. 거울을 가까이서 보면 경계가 아예 시야에서 사라진다. 

거울의 원리 자체는 카이스트까지 갈 것도 없이 매우 단순한다. 크기가 같은 거울면 두 개를 한쪽 모서리는 정교하게 붙이고 반대쪽 모서리는 90도로 벌려놓고 단단한 종이로 고정시켜놓은 형태. 상세페이지에서 광학용 거울 어쩌고 하길래 뭔가가 더 있나 했는데 그런 거 없었다. 광학용 거울은 일반 거울에 비해 먼지가 더 잘 붙는 거울이라는 것 정도만 알면 될듯.

그런데 문제는 먼지가 잘 붙는 거울의 몸체가 '종이'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비건으로서 플라스틱 사용을 의식적으로 줄였다는 점이 기특하게 보인 건 사실이다. 플라스틱 대신  유리나 스테인리스 등으로 하자니 단가가 높아질 것이기에 나름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는 불편하다는 결론이다. 물이 스며들지 않고 맺히는 재질로 만들든지, 생분해 플라스틱을 쓰든지 뭔가 다른 방법이 없었을까? 카이스트 출신이 만든 제품이 가진 차별점은 바로 이 부분에서 드러나야 했다.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다.

이 거울은 애초에 보관을 잘하는 게 최선일 것 같다. 

 

우선 포장되어있던 비닐을 씌워서 거울이 보이게 뚫어놓음 하하

 

필요한 사람은 사고 살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굳이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가격도 너무 비싸고 화장할 때는 머리가 좋아지는 거울(?)로 활용할 수 있다(눈썹 하나 까딱까딱하는 것도 반전돼서 헷갈림). 이런 것도 나중에 언젠가 다이소 같은 데에 싸게 깔리지 않을까 싶다.

 

거울을 본 소감은... 그냥 뭐 익숙하다. 원래 거울 두 개를 활용해서 반전된 얼굴을 보곤 했으니. 다른 사람들 후기를 보면 충격받아서 몇 시간이고 들여다보기도 한다고. 내 얼굴도 비대칭이 심하더라. 헤어라인도 소가 핥은 것처럼 어이없게 생겼고 눈썹도 짝짝이, 눈도 짝짝이, 입술도 삐뚤어졌고, 팔자주름도 한 쪽만 깊고 뭐하나 제대로 붙어있는 게 없었다. 그 모든 단점을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든 생각은...

 

'그래, 이게 나네.' ...

 

정말로 신기한 건 의외로 괜찮았다는 점이다. 삐뚤빼뚤 못난 이목구비를 뚫고 나오는 진짜 내 모습, 거기서 풍겨져나오는 분위기를 처음으로 발견하게 되었다. 거울을 앞에 두고 잠깐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문득 거울에 비친 나를 봤는데 '아, 평상시의 내가 이런 모습이구나' 싶더라. 나를 보고 이런저런 평가를 했던 사람도 다 나름대로 그렇게 볼만한 이유들이 있었겠구나 하고 덤덤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사람의 눈이라는 렌즈 역시 불완전하기 때문에 '남이 보는 내 얼굴'에서의 '남' 역시 다양한 가능성을 안고 있다. 저마다 다른 기준과 경험들을 갖고 있는데 하나뿐인 내가 어떻게 일일이 다 맞춰주나. 그냥 중심을 '나'에게로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내 얼굴을 가장 많이, 오래 보아왔고 다양한 경로로 데이터를 쌓아온만큼 정확도도 높지 않을까? 아마 내 무의식이 내 진짜 얼굴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는 추측이다. (단지 외면하고 싶을 뿐) 곁가지로 환하게 웃으면 모든 단점이 흐릿해져보인다는 것도, 눈썹 하나만 잘 올려도 비대칭이 많이 개선돼보인다는 것도 알게 됨.

 

리얼미를 접한 첫날, 하루 내내 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생각과 많이 다른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사실,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좀 쑥스럽기도 했구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저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보면 볼수록 낯설었던 모습이 익숙해졌고 내가 몰랐던 내 모습 속의 장점들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랑스럽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더 이상 내 외모로부터 느껴지던 피해의식, 낮은 자존감, 상처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늘 마음 한켠에서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던 질문. '남들에게 어떻게 비추어질까?'에 대한 답을 찾아 홀가분했습니다

 

박스 안에 들어있던 책자에 기획자가 남긴 머릿말의 일부분이다. 이 거울을 받아보고 내가 한 경험 그 자체였다. 나는 틀림없이 우울해지겠다 각오하고 있었는데 예상밖이었다. 이것이 리얼미거울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랄까.

근데 기어이 거울까지 사놓고 이런 말 하면 진짜 우스워질지도 모르겠지만. 얼굴이 대칭이 조금 안 맞고... 이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가 아닌 거 같다.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행복하게, 건강하게 사는 거. 사진 속, 거울 속이 아닌 진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 자신이 되어 살아야 한다.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완벽해지려다 짧은 인생 허무하게 끝나는 수가 있음.

거울을 샀기에 할 수 있었던 생각이라서 적어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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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9.24 22:46 신고
    저도 안면비대칭이 있어서 글을 유심히 읽게 됐네요. 저는 어릴 때 교정을 했지만 여전히 이빨의 중앙선이 안 맞는 부정교합과 그로 인한 안면비대칭이 있어서 그게 큰 콤플렉스에요... 그래서 양악도 알아보고 했는데 턱수술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고 해서 항상 생각만 하네요ㅠㅠ 턱관절이 약하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 이번생은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살고있어요 흑. 신경 끄려고 거울을 잘 안 보고 가까이서 보진 않는데 케일님의 후기를 읽어보니 제 얼굴을 실제적으로, 정면으로 바라보는게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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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9.26 16:44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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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0.01 13:56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