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교정일기] #1. 클리씨피 교정 장치 첫 부착

지난주에 진단검사를 받았었다. 엑스레이도 다시 찍고 머리띠로 앞머리 까고(!!) 앞모습, 옆모습, 개구기 끼고 이쪽저쪽 굴욕사진을 찍었다. 화장이라고는 눈썹 하나 달랑 그리고 갔는데 이럴 줄 진작에 알았으면 신경 좀 쓰고 올 걸 싶었지만 카메라 앞에 앉고 났을 때는 이미 늦어부렀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정신줄 잡고 턱 당기고 눈 크게 뜨고 허리 펴고 어깨는 내리고 최대한 사람같이(!!!) 나오려고 노력했더니 내가 아는 나 자신의 실물에 근접하게 나온 것 같아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오늘은 이 사진들을 가지고 의사쌤과 1:1로 상담이 진행되었다. 교정으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미리 설명을 들었다. 앞 아랫니 4개가 나이에 비해 뿌리가 짧고 잇몸이 내려가 있어서 블랙 트라이앵글이 생길 수 있다고 하셨다. 익히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치아의 모양이 역삼각형이라고 한다면 양쪽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갈아서 교정으로 치아 사이의 틈을 좁히기는 할 거라고 하셨다. 나이 먹어서 시리지만 않으면 크게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뿌리가 짧은 케이스는 발치에 대한 부담이 더 클 수 있어서 발치하지 않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다.

 

 

 

 

오늘 상담에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입천장을 넓히는 교정을 하면 인중, 코, 광대까지 얼굴뼈 전체가 변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인중하고 팔자주름 부위가 올라오고 코랑 광대도 약간 올라올 수 있다고 한다. 부작용이긴 하지만 드물게 콧대가 넓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역시 우리 몸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어서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부분들까지 같이 영향을 받는구나 싶었다. 물론 사람마다 얼굴뼈가 움직이는 정도는 케바케여서 해봐야 아는 부분이라고는 하셨다.

 

일단 의사쌤이 말씀하신 대로라면 내 얼굴에는 긍정적인 변화일 수밖에 없어서 기대감에 부풀어올랐다...ㅎㅎㅎㅎㅎ 오늘은 상담만 하고 갈 줄 알았는데 교정 장치를 한 군데 붙이게 되었다. 일주일에 장치 하나씩 붙이게 된다. 다음 주 다다음 주에는 입천장도 뚫고(...) 잇몸에 스크류도 박아야 한다(...). 아마 한 번에 모든 장치를 붙이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만큼 아플 수 있어서 그런 거 같다.

내가 하게 될 입천장 늘리는 교정장치

 

입천장을 늘리는 방식으로 3급 부정교합이 해소되었다

예전에는 교정할 때 본 뜬다고 입 찢어지게 고생 아닌 고생을 했었는데 여기서는 카메라를 입 안에 넣고 구석구석 훑어내는 동시에 모니터상에 나의 구강 구조가 3D로 구현되어 손가락 하나로 휙휙 돌려볼 수 있었다.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교정 과정 자체가 간단해졌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교정장치로 클리피씨를 선택했는데 이게 똑딱이 방식이어서 장치 붙이고 철사 넣고 하는데 30분이면 끝났다. 환자도 의사도 서로 편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내 경우는 아랫니 먼저 장치를 붙였다. 시간도 얼마 안 걸렸고 미세하게 욱신거리기는 하지만 아직 아프지는 않다. 장치를 붙인 직후보다는 자기 전이나 아침에 치아가 움직이면서 아플 수 있는데 그때는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하셨다.

 

교정 장치를 붙이니까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20대 초반에 하악수술을 위해 교정을 시작했을 때는 수술을 위해 더 틀어지게 하는 교정이라 외적으로도 개선되는 부분이 적었고, 교정 끝에 수술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발치도 없이 교정으로 시작해서 교정으로 끝난다고 하니 마음이 이렇게 가볍고 희망적일 수가 없다.

 

"치아 배열이 좋으면 인생관도 변합니다"^___^

오늘까지 지불한 금액은 진단비 20만원+장치비 50만 원이다. 나머지 금액은 1년 동안 달마다 분납하면 된다. 교정기와 함께 보내야 할 900일이라는 시간이 만만하지만은 않지만 그럼에도 나의 오랜 콤플렉스를 해소하게 되어 너무너무 행복하고 기꺼이 교정에 임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나는 앞으로의 기나긴 여정을 잘 견디어낼 수 있을 것 같다^___^


+쿠팡에서 휴대용 워터픽을 주문했다..ㅎ 워터픽과 함께하는 교정 라이프...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