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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의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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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청와대에서 마인크래프트로 어린이들을 초청했다는 뉴스를 보고 문득 어릴 적 기억이 났다. 지금도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과의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예전에도 비슷한 게 있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던 김대중 정권 시절에도 청와대 홈페이지가 있었다.

 

2000년도 전후, 내가 초등학교 2, 3학년이었을 무렵 가정용 컴퓨터가 활발히 보급되면서 집집마다 컴퓨터 한 대 씩 들여놓는 분위기였고 우리 집도 넉넉치 않은 형편에 삼보 컴퓨터를 프린터까지 풀세트로 들여놓았었다. 아빠는 첫째 딸인 나에게 시대에 뒤떨어져선 안된다며 방과 후 학교로 컴퓨터실을 등록해주셨다. 아마 그 당시 한 달에 2만 원인가 4만 원 하는 돈으로 사교육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이었다.

 

나는 실내화가방 하나 달랑 휘저으며 컴퓨터실을 드나들었고 한컴타자연습부터 시작해서─맨날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만 쳤었다지금은 뭐하는 자격증 인지도 모르는 ITQ도 따고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정보올림피아드 같은 데 나가서 상도 타고 그랬더랬다. 이마저도 아직까지 상장이 남아있기에 알고 있는 것일 뿐이다(문득 나 90년대 생인데... 이 모든 게 20년 전이라는 게 아주 소름이 끼치는 바이다).

 

역시 또렷이 기억나는 쪽은 공부보다는 놀았던 기억이다. 당시 쥬니어네이버나 야후코리아 같은 사이트에서 플래시 애니메이션 같은 걸 보곤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도 사이버 공간의 놀이터 중 하나였다. 거기에도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있었다. 플래시 게임이 있어서 자주 들어갔던 것 같은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청와대 홈페이지 한 구석에 어린이 게임을 비치해두었다는 점이 흥미롭다(애기들은 여기서 놀으렴). '나도 한마디'라는 게시판도 있었는데 어떤 계기에서 였는지 거기에 편지를 남기게 되었다. 

 

 

 

 

어느 날 메일함을 열었는데 청와대에서 답장이 와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답장을 받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꽤 큼직한 궁서체(혹은 신명조체)로 스크롤을 꽤 내려야 했을만큼 빼곡한 편지글이었다. 딱 거기까지가 내게 남아있는 기억의 전부다. 

 

이후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애초부터 대통령께서 직접 답장을 주셨을 리 없다고 믿었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비로소 그 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절박한 마음이 되어 20년 가까이 써온 메일함을 열었다. 온통 뒤져봐도 답장은 물론 그 시절 메일이 하나도 남아있지가 않았다. 어떻게든 그 편지를 다시 읽어볼 수만 있다면...

 

이제는 김대중 대통령도, 이희호 여사도 세상을 떠났다. 아들인 김홍걸 의원은 강연장에서 한번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나는 대통령의 답장에 대해선 조금도 생각 않던 시절이라 따로 여쭤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어디로 찾아가야 답을 얻을 수 있을 막막하다. 혹시 누군가 나에게 힌트가 될만한 댓글을 주시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갖고 이렇게 블로그에나마 글을 올려본다. 

 

 


 

(하루 뒤)

 

......내 편지, 찾았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에서.

 

 

 

 

 

설마 남아있을 줄은 몰랐는데 대통령 기록관 홈페이지에 통째로 보관되어 있었다.

 

와... 이거 나라 망할 때까지 남아있겠지? ㅎㅎㅎㅎㅎ.....

 

처음에는 맞춤법 틀린 것만 보였는데 나름 절실한 호소에 안쓰럽기도 하고... 어딘가 세기말 어린이스러운 말투가 낯설기도 하다. '저는 아무래도 환경을 관리하는 사람이 될것같아요'라니 나는 내가 원하던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건가? 스스로를 점검하며 복잡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금도 매일 환경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데 저 때부터 그랬구나. 사람... 무서우리만치 안 변한다.

 

이걸 보니 새삼 인터넷 기록이라는 게 무섭다. 내가 무심코 남긴 글이 어딘가에 영원히 남는다면...? 아무 글이나 함부로 남겨서는 안 될 일이다. 

 

 

"대통령한테 편지를 받았다니 꿈만같아요"

 

"하지만 전 믿을래요" 나는 왜 그렇지 못했을까?

 

저겨..... 궁금한데요..... ㅋㅋㅋㅋㅋ넘넘 귀엽다

 

선생님께서 왜 써보라고 하셨는지 알겠다. 이 아이 지금쯤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많은 후기들을 보니 강한 확신이 든다. 대통령이 직접 이메일을 보내주시던 시절. 가정용 컴퓨터와 인터넷 서비스가 막 보급되던 시기였기에 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IT 강국이 된 데에는 김대중 대통령 때 대대적인 정책으로 기반을 다져놓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1998년 2월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IT 산업 진흥을 경제발전정책의 핵심으로 삼았다. (중략) 이 계획에 따라 인프라 정비·벤처기업 육성·개인용 컴퓨터 보급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중략) 각 학교의 전 직원, 전 교실에 컴퓨터가 도입되었고 한국통신 등과 같은 기업에게 저액 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게 했으며, 정부 기관의 전산화도 급속도로 진행하게 했다. 이 덕분에 대한민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1998년 말 310만 명에서 1999년 말 1086만 명, 2000년 말에는 1904만 명으로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출처-위키백과

 

 

답장 내용이 더욱 궁금해진다. 과연 환경 문제에 대해 뭐라고 답해주셨을까? 

국가기록원에 연락해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 신기하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 때의 기억은 내 인생의 따스한 일면으로 자리잡고 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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