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탈출』, 우울증과 자기애의 상관관계, 의외로 단순한 우울증의 정체와 극복 방법
일본 33만 부 돌파 우울증 탈출 코믹 에세이 2017년
연간 일본 베스트셀러(단행본 논픽션-교양 부문) 2017년
일본 유캔 신조어 유행어 대상에 노미네이트
나는 우울증 환자가 아니다. 더군다나 만화책을 돈 주고 사는 일은 잘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겨 내 돈 주고 구입하게 되었다. 평소 우울증과는 거리가 먼 나에게도 우울감은 종종 찾아오는데 그 정체가 오묘하기 그지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겪는 마음의 감기 우울증, 10년 탈출기
실제 우울증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고민 해결과 용기를 북돋우는 우울증 극복서
"우울증을 벗어나게 해 준 그 모든 것에 보답하기 위해 그렸습니다."
마음의 감기, 우울증에 대해 이보다 더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 그렇다면 우울증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진리는 단순하다고 하던가. 이 책이 전하는 우울증의 정체와 극복 방법 역시 단순 명료하다.
우울증이란? 자신의 마음이 자신의 몸(과 뇌)을 싫어하게 되고 미움을 받은 몸(과 뇌)은 마음에 반항하는데 이 '증상'이 바로 '더 이상 무리하지 말라'라고 몸이 보내는 경고신호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우울증을 없애는 방법은 바로, '나 자신을 좋아하면 된다'는 것.
조금 놀라웠다. 우울증이 자기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 아닌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좋아하면 우울증이 사라진다라. 꽤 그럴듯해 보인다. 근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울까? 애초에 자길 좋아할 수 없어서 우울증에 걸린 건데 그렇게 쉽게 자신을 좋아하게 된다면 힘들게 뭐가 있겠나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에는 그게 가능한 방법까지 나와있다. 나 자신을 좋아하는 방법은 3단계이다.
1단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자.
ex>"능력 부족이라고? 응! 그것까지 포함해서 나야."
2단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ex> "가족은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고? … 아니지. 안 그래도 돼."
3단계: 부정적인 말은 버리고 자신을 칭찬하자.
ex> "실패는 했지만 난 열심히 했어. 실력은 좋아졌을 거야."
여기에 최종 단계, 평소 우울증에 관심갖고 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 접해보았을 법한 방법이 있다.
최종 단계: 마음 깊은 곳까지 '나를 좋아한다'로 채우는 방법
어퍼메이션(긍정적 자기 암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스스로를 칭찬하는 말'을 한다.
ex> "난 내가 좋아."
이렇게 단순한 방법이 우울증에 효과적인 이유는 낮에 의식이 뚜렷할 때는 현재 의식이 '차단'해주지만 아침에 막 일어나 의식이 뚜렷하지 않을 때는 현재 의식과 잠재의식의 경계가 애매해지기 때문에 잠재의식에 말이 먹히기 쉽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작가의 경우, 3주 동안 이 방법을 실천하고 정말로 기분이 밝아졌다고 한다. 두 달 쯤 지나자 죽었던 '감성'이 서서히 돌아오고 뇌를 감싼 우무가 조금씩 얇아지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일상 속에서 '웃는' 일이 일어나고 어느새 여러모로 새로운 일을 벌이고 있었는데 정말 무의식 중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미 알다시피 우울증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저 방법을 꾸준히 실천해도 아직 문제는 반밖에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깨끗이 탈출한 줄로만 알았던 우울증이 다시 찾아오기도 하는데 이 수수께끼 같은 '돌연 리턴' 현상에 대해서도 작가는 설명한다.
우울증은 어느 날을 경계로 갑자기 좋아지는 게 아닙니다. 일진일퇴를
반복하며 서서히 좋아집니다.
작가는 우울증 와중에 매일 기록하던 기온과 정신상태 기록을 그래프로 만들어보고 3월, 5월, 11월에 크게 내려가는 것을 확인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겨울에 심해지고 여름에는 가벼워진다고 생각하지만 이 작가의 경우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에 우울증이 다시 찾아오곤 했던 것이다.
"여러분! 만약 내일 갑자기 기분이 가라앉으면 그건
태풍으로 인한 기온과 기압의 급격한 변화가 원인입니다. 진정하고
편안하게 지내세요."
여기서 힌트를 얻어 트위터로 정보를 더 모아보니 사람에 따라 다양한 '방아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밖에도 방아쇠로 거론된 것들이다.
호르몬 밸런스
위장 상태
혈액순환
체온
'괴롭힘'과 '가정폭력' 같은 명확한 이유가 있는 경우는 별개로 치더라도 우울증은 다양한 외부요인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곰곰이 되짚어보니 나 역시 위장이 아플 때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우울감에 휩싸였던 것 같다. 위장이 아플 수밖에 없었던 건 잠을 쫓기 위해 아이스커피를 빈속에 벌컥벌컥 들이켜던 습관이 한몫했다. 지금은 커피를 완전히 끊었고(원인 제거) 그 덕분인지 확실히 기분이 울적한 날이 줄어들었다.
우울증은 언젠가 완전히 낫는다.
나를 힘들게 만드는 그것의 정체를 파악하고 이름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불안은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다. 우울증도 상대하는 방법을 알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완치될 수 있다는 믿음과 인내심을 갖고 하루에 한 발씩만 나아간다는 느낌으로 나아가면 된다.
이 책에는 작가 본인이 우울증에 시달리다 회복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직접 취재한 사람들에 대한 것까지 꽤 풍성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울증이라는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고자 하는 의지는 있지만 방법을 몰라서 헤매는 이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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