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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알바 후기] 원고알바 일주일만에 그만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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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할 수 있는 원고 알바를 찾다가 원고 편집, 교열, 문단 교정 알바를 발견했다. 원고 분량이나 편집 방식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건당 5천 원이라고 하니 괜찮을 것 같아 지원했다. 하루 이틀 연락이 없길래 안 됐나보다하고 잊어버렸는데 6일 만에 문자가 왔다. 

 

알바몬에서는 분명 건별 5천 원으로 되어있었는데 문자 연락으로는 2천 원을 불렀다. 일단 해보고 싶은 마음에 페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메모장 파일의 750자 정도 되는 테스트 원고를 받아서 편집했고 바로 통과가 되어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테스트 원고는 대가가 없었다)

 

 

 

 

일 자체는 수월했다. 나는 관련 학과 전공자이고 교열, 교정이 적성에 꽤나 맞는 편이다. 일반 원고알바와는 달리 주어진 원고를 교정만 하면 되었기에 내 창의력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업체에서 요구하는 건 2, 30대를 겨냥한 블로그 포스팅용 원고인데, 유사문서에 걸리지 않게 다른 블로그에 포스팅하려는 용도로 보였다. 초반에는 파일 하나 편집하는데 3~40분이 걸렸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속도가 붙을 거였다. 마감시간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 내 스케줄에 맞춰 자유롭게 일할 수 있었고, 정산이 일주일 단위여서 내가 일한 대가를 빨리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단,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다른 원고 알바는 어떤지 찾아보니 대체로 프리랜서 원천징수로 3.3%를 떼어가는 식이었다. 이런 식으로 일하다가 혹시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법적 도움을 받기도 어려울 것 같았다. 이런저런 고민이 앞섰지만 첫 원고알바이니만큼 한 주만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 왼쪽 글이 원문이고 오른쪽 글이 편집본이다.

 

내가 받아보는 원고는 주로 인공지능, 가상화폐, 전자제품과 관련된 글이었다. 원고를 편집하기 위해 자료를 찾으면서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도 알아간다는 점은 좋았지만, 이 업체에 반영구적인 수익을 가져다주고 단돈 2천원의 대가는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수익형 블로그를 만들고 이와 같은 작업을 해서 올리는 편이 장기적으로 이득이었다. 게다가 (아무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완성도에 신경 쓰다 보니 자꾸만 편집 시간이 길어졌고 나는 최대한 시간과 정성을 덜어내는 식으로, '이만하면 2천원 어치 다 했다'고 스스로를 다잡으면서 작업해야 했다.

 

이 일을 오래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프리랜서로 살기 위한 첫걸음이라지만, 그동안 치열하게 공부하고 발로 뛰며 쌓아온 시간들이 부정당하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일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까 속이 더 썩어드는 느낌이었다.

 

 

당신은 자유를 사기 위해 자유를 팔고 있다. 직장에서 돈을 벌려면 반드시 시간을 내줘야 하며, 5대 2 거래(5일간의 노예 생활과 2일간의 자유)라는 끔찍한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서 시간이라는 단어를 인생으로 바꿔 보자. 직장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 인생을 판다. 일을 하면 돈을 벌지만, 일하지 않으면 돈을 못 번다. 누가 이런 거머리 같은 공식을 만든 것일까? (p.100~101)


매일같이 사람들은 시간이 자산이 아니라 빚으로 전락하는 장소에서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벌기 위해 소중한 시간을 희생하고 있다. 시간을 훔쳐 갈 뿐만 아니라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만든다면 빚이나 다름없다. (p.113)

-엠제이 드마코, 『부의 추월차선』 中

 

 

머릿속이 복잡한 와중에도 틈틈이 작업해서 10개의 원고를 끝냈다. 정산 날짜가 됐는데도 저녁 늦게까지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메시지를 보내려고 보니까 담당자 카톡 프로필은 막혀있었고, 전화와 문자를 남겨놓아도 몇 시간이 지나도록 답이 오지 않았다. 업체명을 알고 있었기에 취업사기라고 해도 대처할 방법은 있었지만, 푼돈을 받아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는 만큼 서로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다 이런 일이 생긴 거면 몰라도 일을 맡긴 첫 주부터 급여를 밀린다는 점은 실망스러웠다. (급여는 다음날 오후가 되어서야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이 일이 내가 가진 최소한의 기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해서 다른 알바를 찾기로 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오랜 시간 갈고 닦아야 만들어지는 고급 기술이 헐값에 매매되고 있다. 통번역 알바도 최저시급 주는 곳이 널렸다. 이러한 마당에 우리말로 글 쓰는 일에 합당한 대가를 기대해서는 안 되는 거겠지. 공채시험을 쳐서 기자가 되면 좋겠지만(내 최종 목표는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것이다) 시험을 준비할 경제적 여건이 우선돼야 한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는 일을 하루빨리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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