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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가장 후회되는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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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모 신경쓰기

2020년만큼 외모에 신경을 끄고 보낸 해가 없었다.
얼굴의 절반 이상을 하루종일 마스크로 가리고 다니다보니
외모에 신경을 쓸 필요가 많이 줄어들었다.
오히려 화장을 하면 마스크에 쓸리고 묻어나고
끈적거리기도 하고 불편한 점이 많다.
얼굴에 아무것도 안 바르는 게 이렇게 편할 줄이야.
이제는 내 맨 얼굴 피부를 보는 게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옷과 화장품을 비롯해 많은 것들을 과감히 버리고 비웠다.
코로나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요즘 일론 머스크 전기를 읽으면서 자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는데
내가 여자 아이로 태어나 외모 가꾸기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남자 아이들도 키, 여드름, 헤어스타일, 안경 착용, 옷차림 등 외모에 많이 신경쓴다는 걸 알고 있지만
여자 아이들만큼은 절대 아닐 것이다.
국적을 불문하고 외모 평가와 관리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
세상 전체가 외모에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 없도록 집요하게 부추긴다.
예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기 일쑤였으니..

외모 가꾸기에 몰두하거나 TV에 나오는 연예인을 따라하기 보단
조금 더 지적인 관심사에 더 몰두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 보다는 생산적인 일에 관심을 쏟을 수 있었더라면,
세상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더 고민할 시간을 가졌더라면..

작년까지는 공부와 화장을 책상 하나에서 다 했는데
공부하는 책상을 따로 마련하면서 거울 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를 둘러싼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도 습관 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2. 많은 책을 읽지 못한 것.

10대 20대를 통틀어 더 많은 책을 읽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다.
일론 머스크처럼 동네 도서관 하나 찍어서 그 안에 있는 책을 모조리 섭렵했어야 했는데.
그러고도 사서한테 달려가 책을 더 사달라고 졸랐어야 했는데...
빌 게이츠는 지금도 하루 2권, 일주일에 14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일 년이면 728권이다.
나이 들면 눈이 나빠져서 책 읽기 힘들어진다던데 그건 그럴듯한 핑계였던 걸까.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숫자인가 싶지만
책은 읽다보면 책에 대한 분별력이 높아져서 책 한 권을 소화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요구되지 않는다.
책 한 권을 소화하는데 반드시 첫 장부터 끝 장까지 읽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비교대상이 너무 넘사벽이긴 하지만 나는 저들의 독서량에 탐이 나고 그만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애가 탄다.

천재적인 사고는 독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무조건 똑똑해지 건 아니다라는 말에 동의하지만 이것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좌우되는 것이지
책 읽는 행위 자체가 무용하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다.
내 경험 상 책 읽기는 뇌 속에 지도를 그리고 마치 도시를 건설하듯 온갖 구조물과 생명체들로 공간을 채우는 일과 같다고 묘사할 수 있다.
책을 읽지 않은 뇌는 나무 하나 없는 황량한 민둥산이다.
혹은 산에 심겨진 나무는 없는데 화분에 든 나무만 잔뜩 들여놓은 산.
멀리서보면 얼핏 산 같지만
자연재해는 커녕 일상적인 비바람(=남의 의견) 한방에도 쉽게 휩쓸려버린다.
책을 많이 읽은 뇌는 머릿 속에 도시를 넘어 국가와 세계를 건설하고
우주 밖으로도 뻗쳐나가 화성에서의 미래도 정교하게 설계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냥 꼭 지적인 차원이 아니더라도 책을 가까이 하고 살다보니 인생에서 찾아오는 온갖 종류의 고통으로부터 조금은 놓여날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난 그랬다.


3. 좋은 음식을 악착같이 챙겨먹지 못했다.

28살이 되기 전까지는 육식을 했는데 그동안 해온 육식도 아쉽지만
수없이 많이 먹은 가공식품들과 그 안에 든 gmo에 대해 무지했던 것이 후회스럽다.
특히 우리가 마트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씨리얼은 대부분 유전자변형이라고 보면 맞다.
뿐만 아니라 유전자변형 콩, 그 콩으로 만든 간장, 된장, 두유 등
우리가 몸에 좋다고 알고 먹은 것들 중에서도 그다지 건강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많았다.


생협에서 파는 우리콩두부. 마트의 수입콩두부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다.



"국산콩"이라고 큼지막하게 광고문구를 넣지 않은 제품은 대부분 유전자변형이나 출신이나 상태가 애매한 것들을 섞어놓은 것이다.
이것들을 섭취했다고 해서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이유없이 피곤하고 졸린 느낌, 의욕 저하, 소화불량, 두통, 우울감, 가려움 등
질병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불편한 몸의 증상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 원인이 음식에 있다는 것도 추적하기 어렵고 단순히 내 컨디션의 문제, 의지 문제로 치부하기 쉽다.
이런 안 좋은 식습관이 반복되면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고
자녀가 있을 경우 덜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게 된다.
'어? 아닌데? 우리 할아버지는 그런 거 다 드시고도 아픈 데 없이 장수하셨는데?' 라고 말할 수 있을텐데
그건 할아버지 윗 세대 조상님들께서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식을 드시고 좋은 유전자를 물려주신 덕분, 한마디로 조상덕인 것이다.
환경오염으로 건강한 먹거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누구든 건강에 대해 함부로 과신할 수 없다.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내가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길러지고 가공된 것인지
가볍게라도 체크해보는 습관이 중요한 것 같다.
20대 때는 유기농을 먹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먹는 경우가 많다.
사실 좋은 거 안 챙겨먹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돈이 없어서 그렇지.

유기농 식품을 싸게 먹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생협이다.
당장 구글에 생협을 쳐보면 두레, 한살림, 아이쿱 생협 등이 나온다.
나는 아이쿱 생협을 이용 중인데 조합원비를 다 포함해도 슈퍼마켓 물가와 비슷하고
일반 마트에서 파는 유기농 제품과는 비교도 안 될만큼 저렴하다.
유기농 뿐만 아니라 저농약, 무농약, NO미세플라스틱, NO 방사능 검증을 받은 제품들이 가득하다.
이들 생협은 조합원들이 출자금을 내서 유지되기 때문에 대기업처럼 광고에 휘둘릴 일도 없고
생협이라는 구조 자체가 소비자가 주인이고 중심이다.


대부분의 동물사료는 GMO로 만들어진다. 위 사진은 생협에서 파는 Non-GMO콩으로 만든 고양이 사료



나는 고양이 사료도 생협 것으로 바꿨는데 정말 사람이 먹는 재료로 만든 사료라는 믿음이 있다.
학부 때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다가 참 이상적인 구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때부터 길가다 한살림 매장 있으면 들어가서 둘러보고 뭐 하나 사가지고 나오고 하다가
이제는 생협을 내 일상으로 들여놓았고 건강한 삶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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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모든 걸 다시 고쳐살 수 있다 해도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왜일까. 30대가 된 지금이 더 좋은 건...
'그때가 좋았지'하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성숙함 속에 편안함이 깃들어 있음을 발견했다.
계절마다 특유의 색채와 아름다움이 있듯이.

사실 20대가 어떻고 30대가 어떻고 하는 것은 다 인간적인 관념이자 숫자에 불과하고
내 주관적인 인생에서 힘든 터널을 지나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20대가 좋은지 30대가 좋은지는 사람마다 다 다를 것 같다.

크고 작은 실수와 어리숙한 판단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
돌이켜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건 지금부터 삶을 새롭게 가꾸어나가면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에 충분함을 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큰 탈없이 잘 살아남아주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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