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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하던 중 뜻밖에 아는 사람을 마주쳤다

일상

by 인간케일 2019.06.28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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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바하던 중에 아는 사람을 마주쳤다. 나는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분이 질문하다가 갑자기 "○씨...?"하고 내 이름을 말하는 것이었다. 놀라서 다시 보니 확실히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어디서 많이 뵌 분인데... 어디서 뵀지요?"하고 물었다. 우리가 만났던 모임 이름을 듣자마자 내 입에서 '아아!'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리는 2년 전 교외 마르크스주의 모임에서 만났다. 그분은 내 얼굴은 물론 이름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다시 생각해보니 내 왼쪽 가슴에 명찰이 달려있긴 했다). 그분은 우리가 무엇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어졌는지까지 기억하고 있던 반면에 나는 그분의 이름은 물론 내가 그 해에 뭘 하고 다녔는지조차 기억 속에 묻어두고 있었다. 나에게 "많이 변했어요." 하시는데 무슨 뜻인지 장난스럽게 캐묻기보단 내 좋을 대로 받아들이는 쪽을 택했다. 비록 전공과는 하등 상관없는 알바를 하고 있지만 2년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좋기 때문이었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까맣게 잊고 있던 기억이 조금씩 떠올랐다. 당시 모임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호프집에서 늦은 시간까지 마르크스주의로 치열하게 토론했던 것들도 내 머릿속에는 몇 장면만이 어렴풋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지금은 그것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상태다. 열심히 공부한 것도 써먹지 않으니 원래 몰랐던 것처럼 기억에서 사라지는구나.

 

알바하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초라한 기분이 들 줄 알았는데 생각외로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 자본주의와 노동을 공부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알바하면서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누구인가, 그 얼굴들을 가만히 떠올려보았다. 누굴 등쳐먹고 울려가며 버는 것도 아닌데 떳떳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라고 늘 생각해왔으면서도 막상 현실에서 그런 상황을 마주하기는 꺼렸나보다. 이럴 때보면 사람 마음이라는 건 들여다볼수록 복잡한 것 같다는 생각. 그러고보면 무언가 딱 잘라 말할 때 조차도 완벽한 100퍼센트는 잘 없고 마음 한 켠에 1~2퍼센트 정도의 의심은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바뀐 전화번호를 교환했지만 앞으로 연락을 주고받게 될지는 모르겠다. 어찌 됐든 마르크스주의는 다시 새롭게 공부해야겠지. (제대로 파고 있는 건 없으면서 해야할 공부 계획만 늘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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