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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업 일기 #03. 의정부는 아직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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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써부터 '초여름 더위'니 '폭염'이니 하는 말들이 들리는데 경기 북부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아직은 이런 말들이 크게 와 닿지가 않는다. 요 며칠 계속 선선한 탓에 선풍기 닦아놓는 일을 미루고 있다. 아침식사로 비빔냉면(오늘로 3일째)을 먹었는데 너무 추워서 이불을 뒤집어썼더랬다. 체지방량이 줄어서 더 춥게 느끼는 것 같다.

 

2. 내일 판촉 알바를 뛸지 말지 고민 중이다. 밀린 공과금이 있어서 뛰어야 하는 게 맞는데 두 시간 걸려 강남까지 가서 반나절을 또 서있어야 한다는 점이 내키지가 않는다. 왔다 갔다 하는 여정이 길어도 너무 길다. 알바 자체는 재밌게 할 수 있는데 말이다. 집 앞이었으면 당장 가고도 남았을 텐데... 그럼에도 내일 간다는 쪽으로 마음 먹고 있다.

 

3. (속보) 편집할 원고 다섯 개가 도착했다. 다행히 급여가 주 단위로 지급된단다. 내일 알바 안 가도 될 거 같다. 만세!

 

4. 경쟁이 심해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던 타이핑 알바가 뒤늦게 연락이 왔다. 어려운 일은 아닌데 키보드로 하는 인형 눈알 붙이기 느낌이었다. 그래도 경험삼아 해보는 게 내 목표였는데 지금 다른 알바도 해야 돼서 버려야 하나 고민 중이다. 시작에 앞서 긴장감도 없진 않다. 6년 전에 네이버 백과사전 편집하는 일을 잠깐 했었는데 그때의 게으르고 불성실했던 망령이 되살아날까 두렵다. 프리랜서는 스스로를 다잡는 일이 관건이다. 초반에야 쫄려서라도 열심히 하겠지만 항상 익숙해졌을 때가 문제다. 오늘 할 일은 오늘 끝내자.

 

5. 어제 바짝 깎은 엄지손톱 때문에 손 끝이 거슬린다. 항상 흰 손톱 부분에 여유를 두고 자르는데 양쪽 길이를 맞추려다가 짧아진 것이다. 큐티클 상태도 엉망이라 조만간 네일숍에 한번 들러야겠다. 대학가에서 만 원이면 기본 케어를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 만 원도 아깝다.

 

6. 한 시간 정도 들여서 원고 두 개를 끝냈다.

 

7. 판촉알바 안 갈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장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를 위해 창동에 있는 매장으로 금토일 3일 스케줄 잡아주셨다고... 출퇴근 시간이 왕복 두 시간이나 가까워졌는데 안 갈 이유가 없다. 요 며칠 실컷 쉬었으니 일단 OK 하고 생각하자.

 

8. 알바몬에서 할만해 보이는 알바는 다 지원했는데 거의 대부분 붙어서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올해 초만 해도 인생 처음으로 알바 잘렸다고 눈물을 떨궜던 난데... (단지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지원했던, 어린이 놀이방이 딸린 레스토랑 주말 알바였다. 지금 생각하면 진작에 잘라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는 서빙 알바 같은 힘든 일은 안 하고 살고 싶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서빙 알바도 재능이 있으면 더 잘한다. 나는 휴학 중에 웨이트리스로 10개월 정도 일해봤지만 서빙엔 도무지 재능이 없다는 걸 알았다(손에 힘이 없고 동료들에 비해 몸이 굼떴다).  누구에게나 자기에게 딱 맞는 일이 있다.

 

 

ⓒNetflix

 

9. 엄마가 보내준 택배가 도착했다. 거기엔 잡다한 살림살이와 ☆오이소박이☆가 들어있었다. 저녁 식사는 엄마가 보내준 오이소박이에 생채소를 곁들여 먹었다. 이걸로 오늘 지출은 0원. 

 

 

△ 오이소박이, 현미찹쌀밥(+아마씨 가루), 시금치 두 장, 파프리카 스틱

 

10. 택배 상자를 버리러 나온 김에 아파트에 설치된 운동기구(허리 돌리기, 공중 걷기, 파도타기)를 탔다. 잠깐이나마 밖에 나와서 걸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침 날씨도 먹구름이 끼어 어둑어둑하고 촉촉한 바람이 부는 내가 좋아하는 날씨였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지만 집이 코앞이니 아무 상관없었다. 

 

11. 프리랜서 번역 일로 월 수백만 원을 번다는 유튜버의 영상을 보았다. 나도 영어 공부를 조금 더 해서 1-2년 내에 번역 일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마케팅도 공부하고 싶고, 영어도 해야 되고, 공모전도 준비해야 하고. 거기에 여행도 가고 싶고... 다 하려면 여유자금과 내 시간 확보가 급선무다. 연말로 갈수록 더 바빠질 거 같은 기분 좋은 예감. 지적 노가다일이 언제까지 즐거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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